"불도장(佛跳牆)"에 대한 유래는 너무 많이 알려져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중국 청조때 푸젠(福建)성 사찰 근처의 한 부자집에서 세상의 산해진미를 한 솥에 넣어 끓이고 있었는데 참선하던 스님이 그 냄새를 참지못하고 담을 넘어 먹고 파계승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음식 이름을 승 불(佛),넘을 도(跳),담장 장(牆)을 써 불도장이라 했다고 한다. 불도장 요리는 1987년 신라호텔의 현 후덕죽 상무가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주류였던 쓰촨(四川)식 중국요리를 광둥(廣東)식 요리로 바꾸는데 불도장의 인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89년 조계종에서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바람에 불도장이 잠깐 사라진 적도 있었다. 지금 국내에 불도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주방장은 대략 60명선.후덕죽 상무로부터 사사를 받은 뒤 나온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 포스코빌딩 근처에 자리잡은 도리는 불도장을 잘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신라호텔이 직영하고 있어 재료도 신라호텔과 똑같은 것을 사용한다.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8년간 근무한뒤 도리로 자리를 옮긴 모종발(40)주방장은 후덕죽 상무에게서 불도장을 직접 사사받았다. 딱 한달정도 지나니까 그 깐깐하기로 소문난 후 상무가 아무 소리를 안했다고 한다. 도리는 93년 9월에 오픈했는데 그동안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이 모두 와서 먹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불도장은 닭과 돼지고기 생강 마늘 파 등을 넣어 5시간 이상 끊여 우려낸 육수에다 미리 삶아 놓은 재료를 섞어 다시 1시간에서 1시간30분 가량 쪄서 만들어 낸다. 재료는 상어지느러미 해삼 자연송이 전복 사슴힘줄(또는 도가니) 잉어부레 멧돼지고기 오골계 등이다. 모 주방장은 "불도장의 맛의 핵심은 육수와 불의 온도"라며 "9시간 온 정성을 들이는 손맛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도장은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원기나 입맛을 잃은 어른분들께 이만큼 훌륭한 음식이 없을 정도다. 시원한 국물을 마시고 나면 입가에 끈적끈적한 게 남아 "정말 진국을 마셨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술먹은 다음날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불도장을 시키면 맵고 짠맛을 내는 두반장과 굴 소스가 딸려나온다. 얼큰하게 먹고 싶으면 두반장을 섞고 단맛을 더하고 싶으면 굴 소스를 넣는다. 그냥 먹어도 좋다. 이곳의 불도장을 잊지 못하는 사람은 미국으로 가면서 이를 포장해서 가져가기도 한다. 냉동포장을 해줘 전자렌지로 데워먹으면 된다. 불도장을 시키면 30분 가량 걸린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기다리는 동안 서비스로 냉채요리를 내준다. 불도장은 육수와 재료를 그릇에 담은뒤 알루미늄 호일로 싸서 그대로 찌기 때문에 영양소가 전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보기에 양은 적어 보여도 한그릇을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 그래도 온 김에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인 "빨간 자장면"(사천자장면)을 한번 먹어보길 권한다. 불도장 가격은 4만8천원(10% 세금 제외)이다. 사천자장은 8천원.(02)538-3366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